사이드 프로젝트 뉴스레터

#10 두 인디 해커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은재입니다. 오늘 두 가지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rok.co

NomadList 로 유명한 Pieter Levels 가 리모트 채용 공고를 올리는 서비스인 RemoteOk 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http://rok.co 라는 도메인을 무려 $8,141 에 샀어요. 그리고 remoteok 에 채용 공고 올리는 기업들 대상으로 http://rok.co/a, http://rok.co/b 이런 짧은 주소를 월 $99 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한 달 만에 $12,375 MRR (Monthly recurring revenue, 매월 반복되는 수익)을 만들어냈네요. 기존 서비스 수익에 저게 추가로 덧붙은 거죠. 간단한 아이디어와 짧은 php 파일 하나로 고효율의 프로덕트를 만들어 내는 게 참 멋져요.

채용공고를 올리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짧고 눈에 띄는 주소를 갖고 싶은 니즈가 있잖아요. 하지만 채용 공고를 올리고 나서, bit.ly 등을 통해 그 주소를 줄이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remoteok 에서 이 기능을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게 편리하기도 하고, 재밌는 주소를 얻을 수도 있죠. 사실 월 $99 가 기업 입장에서는 그리 큰 비용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이 짧은 주소 관련해서, 저한테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비용을 한 번 내면 영원히 그 주소를 갖게 되는 게 아니라 월 단위로 비용을 낸다는 점이에요. 그러면 이게 어떻게 되냐면, 기업에서 rok.co/a 라는 주소를 사고 그걸 가지고 여기저기에 채용 공고를 뿌리고 다니겠죠? 그런데 만약에 이 기업이 /a 주소에 대한 구독을 중단하기로 하면, 그 주소는 회수되는 거에요. 그리고 다른 기업이 그 주소를 주워 담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전 기업이 열심히 퍼트리고 다니는 주소를 사용자가 눌렀을 때 엉뚱한 채용 공고로 가게 되겠죠. 그러면 만약에, 업종이 겹친다면 두 번째 회사 입장에서는 노력 없이 공짜 트래픽을 얻게 되는 거고, 이전에 올렸던 회사 입장에서는 트래픽을 잃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한번 사면 계속 유지 하고 싶도록 기획을 한 것 같아요. 앞으로 이 유료 기능이 어떻게 더 성장할지, 혹은 반짝할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8천 달러가 넘는 도메인을 과감하게 산 결정도 재밌었고, 이미 그 도메인 비용은 회수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해본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Pieter 에게는 큰 수확이었을 것 같아요.

@levelsio on Twitter

DesignJoy

IndieHackers 팟캐스트에 브렛 윌리암스(Brett Williams) 라는 사람이 나와서 인터뷰했어요. 프리랜서 디자이너인데 엄청 독특한 형태의 프리랜싱을 하고 있더라고요.

보통은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해서 “이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은 이런저런 거고 시간은 이렇게 걸리니 얼마를 지급하세요” 라는 형태로 진행하잖아요. 하지만 브렛은 좀 다른 전략을 택했어요. 바로, 구독형 프리랜싱이죠. 다른 말로 브렛과 일하고 싶은 기업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대신 무제한으로 작업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네요. 약간, 미친 소리 같죠?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브렛이 가진 장점 때문이에요. 스스로 말하기로 최고의 디자인은 하지 못하더라도 꽤 괜찮은 디자인을 엄청 빠른 시간에 뽑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기 때문에 이 사람은 시간 단위로 요금을 매기면 불리한 거죠. 일을 금방 끝내니까. 브렛은 많은 고객을 받으면 받을 수록 좋은 거예요. 그래서 결국에는 이런 모델로 프리랜싱을 해오고 있어요.

회사에서 디자인 개편을 매 달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턱대고 어마어마한 작업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는다고 해요. 어떨 땐 큰일이 들어오고, 어떨 땐 자잘한 유지보수 요청이 들어오고요. 그리고 원하면 구독을 일시 중지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너무 많으면 어떡할까요? 방법은, 그냥 고객의 수를 컨트롤 하는 거에요. 너무 많은 고객을 동시에 들고 있으면 감당이 안 되니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객 수를 유지 한다고 하더라구요.

현재는 구독 비용은 대략 매월 5천 달러인데, 처음엔 그보다 훨씬 낮았다고 해요. 주기적으로 비용을 올려 오고 있다네요. 그러면 높아진 비용에 구독을 관두는 고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줄 서 있던 고객이 그 비용을 내면서 들어오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단가를 계속 높여가고 있고, 고객도 계속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저 에피소드가 나왔던 지난 2022년 3월 기준으로 구독으로 인한 연 수입이 1만 달러라고 하더라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결과물을 빠르게 찍어내라고 하면 스트레스 받고, 압박감에 힘들고, 디테일하게 파고 싶은 욕구를 억눌러야 할 텐데, 브렛은 이런 스타일이 잘 맞나봐요. 자신의 강점을 정말 극대화한 것 같아서,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저도 디테일보다는 새로운 걸 시작하기 좋아하고 적당한 퀄리티에서 마무리 짓고 또 새로운 걸 시작하는 걸 지향하는 사람이어서 브렛을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Indie Hackers | #249 – The Keys to Making $1M/Year as a Solo Founder with Brett Williams of DesignJoy

다음 주에는,

뉴스레터를 한 주 혹은 두 주 쉴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제가 나홀로 해커톤을 5월 28일에 진행할 예정이어서 그 준비로 바쁠 예정이고 그 이후 follow-up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 아마 그 후기로 다시 찾아뵙지 않을까 싶고요.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